아시아 최고 바텐더 12명은 메뉴에 없는 칵테일 주문법과 멋지게 돌려보내는 법, 그리고 왜 때로는 비스포크 칵테일을 주문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준다. 글: Natasha Hong
01 맞춤형 칵테일을 주문하는 이유를 알자
주문 칵테일, 맞춤형 칵테일, 비스포크 칵테일… 메뉴나 페이스북에서 이것을 어떻게 부르고 홍보하든 간에, 개성을 강조하는 Speakeasy 2.0 시대에 크래프트 칵테일 바를 정의하는 이 단어들은 흔하게 쓰인다. 비록 업계는 대체로 클래식 칵테일이나 모두가 좋아할만한 대표 메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칵테일이 빠질 수 없는 때와 장소가 있다. 바텐더 장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당신만의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맞춤형 칵테일을 주문하기 전에 먼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Eat Me Bangkok의 바 매니저 Pop Direkrittikul는 “특히 방콕에는 특별함을 느끼려고 맞춤형 음료를 주문하고 그걸 자랑하기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목적으로 독특한 음료를 주문하는 것이 아주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메뉴를 먼저 살펴 본 다음, 마음에 드는 음료가 없을 때 요청하도록 하자. “맞춤형 칵테일은 본인이 뭘 마시고 싶은지 모를 때 주문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Ounce Taipei를 운영하는 Yee-Hung Soong도 덧붙인다.
02 언제, 어디서 주문할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바가 같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좋은 칵테일 바는 준비된 열정적인 스탭들이 그때 그때마다 칵테일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아름답게 장식된 매혹적인 칵테일을 기대하면서 동네 허름한 다이브 바에 가거나 평범한 진토닉을 내놓는 호텔 바에 자신만만하게 들어가서 친구의 네일 컬러와 어울리는 칵테일을 주문하지는 말자. 잘 모르겠다면 맞춤형 칵테일 주문을 권하는 곳으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올해 Spirited Awards에서 세계 최고의 칵테일바로 뽑힌 멜버른 Black Pearl의 매니저 Chris Hysted-Adams는 자신의 바에서는 비스포크 칵테일 주문을 권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바에 배치된 모든 메뉴에 ‘마음이 동하는 음료가 없다면 맞춤형 칵테일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라는 문구를 작은 글씨로 인쇄해 놓았습니다.”
“바텐더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알고 싶을 거예요.” 방콕과 홍콩에 본인의 이름을 딴 맞춤형 칵테일 전문 바, J.Boroski를 운영하는 Joseph Boroski는 이렇게 설명한다. “바텐더가 뭘 하는지 보고 나서 바텐더에게 좋아하는 칵테일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그 바텐더가 칵테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제대로 찾아간 거라고 Boroski는 전한다.
그래도 어쨌든 맞춤형 칵테일을 한번 주문해 보고자 한다면, 한 가지 사실을 알아두자. 당신이 바에 앉자마자 바로 요청하면, 주저하는 바텐더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VEA Hong Kong의 이전에 매니저였던 Kirill Runkov는 “우리 업계에서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제일 중요합니다. 하지만 처음 온 손님에게 맞춤형 칵테일을 웬만해서 만들어주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 손님에 대해 알고 나서 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손님의 취향을 알고 나면 새로운 음료를 권하기가 훨씬 쉽거든요.” 맞춤형 칵테일을 전문으로 하는 싱가포르 D.Bespoke 바의 바텐더이자 오너인 Daiki Kanetaka도 이 말에 동의한다. “바텐더가 당신의 취향을 잘 알고 있고 능력에 신뢰가 간다면 주문을 시도해도 됩니다.”
03 주문할 준비가 되었다면, 구체적으로 주문하자
바텐더도 광고업 종사자처럼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도전심을 느낀다. 과거 쿠알라룸푸르 Skullduggery에서 일했고 현재 페탈링자야에 위치한 레스토랑 라운지 Chaze, Lavo, Prince를 운영하는 M Group의 음료 개발 수석 Adam Westbrook은 칵테일 주조도 광고 제작처럼 창작의 고통이 있다고 말한다. “바텐더도 크리에이티브팀처럼 정보가 많을수록 더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맛을 바텐더에게 얘기하자. “그냥 달고 신맛이라고 하기보다 어떤 단맛과 신맛”인지 Kanetaka의 조언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싱가포르 바의 베테랑이자 CE LA VI의 수석 믹솔로지스트 Din Hassan은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재료를 바텐더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고객은 좋아하는 음료에만 집중해서 말하다가 본인의 음료를 망칠 수 있는, 싫어하는 재료에 대해 말한다는 걸 잊어버립니다.” Boroski는 두어 가지 정도의 재료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손님이 잘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너무 많이 언급한다면, 저는 5가지 중 2가지만 고르라고 하고 나머지 재료는 다른 음료를 위해 남겨두자고 제안할 거예요. 이 방법을 우리 바텐더들에게도 알려줍니다.”
04 바텐더가 듣기 싫어하는 말
“절대 바텐더에게 자신의 기분에 따라 뭔가를 만들어 달라고 하지 마세요.” 타이베이 AHA Saloon의 Kae Yin은 말한다. 싱가포르의 메뉴 없이 운영하는 바 Bar Stories의 사장이자 바텐더인 Dave Koh는 가장 최악의 주문은 모양만 따지는 주문이라고 말한다. “맛은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인스타그램에 올릴 예쁜 음료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은 하진 마세요. 사실 이런 주문을 많이 받거든요.” 그는 “어떤 고객은 그냥 아름답게 장식된 것을 원한다며 재료는 뭐가 들어가든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주문은 음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우리 자부심에 흠집을 냅니다. 기분이 약간 상하기도하고요. 그러니까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바텐더에게 맡겨 주시고 저희가 실력 발휘할 기회를 주세요.”라고 말했다.
Kanetaka와 같은 바텐더도 고객이 다른 곳에서 마셨던 음료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약간 발끈해지곤 한다. “다른 바에서 마셨던 음료와 똑같은 것을 달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바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유하니까요.” Boroski 역시 다른 곳에서 보낸 시간을 되풀이 하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에 마셨던 음료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주문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스스로 초래하는 셈입니다. 왜냐면, 바텐더는 당신이 어떤 음료를 상상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죠.”
05 다른 사람을 감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적어도 첫 번째 맞춤 칵테일은 편하고 익숙한 맛으로 골라야 한다. “특별히 모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아니라면, 익숙한 재료를 주문하세요. 그래야 마음에 들지 않는 칵테일을 받을 확률이 낮습니다.”라고 Runkov은 말한다. 클래식 칵테일 전문가인 마닐라 ABV 바의 Lester Ligon은 또 다른 조언을 한다. “늘 주문하는 음료를 바텐더에게 말해주세요. 그러면 바텐더는 비슷한 종류의 음료를 떠올리고 리프(riff)를 낼지, 가니쉬로 트위스트를 올릴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문한 그 음료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Westbrook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렇게 말한다. “어떤 고객은 바텐더가 좋아하거나 깊은 인상을 받을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 경험은 바텐더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한 것인데도 말이죠!”
06 하지만, 때로는 서프라이즈도 효과가 있다
Bar Stories의 Koh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언젠가 단골 손님이 와서 진을 정말 싫어한다며 진이 들어간 칵테일은 주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진에 알레르기가 있냐고 제가 물었죠 (맞춤 칵테일을 만들 때 중요한 과정이니까요). 그러고 나서 진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서빙하며 보드카가 들어간 칵테일이라고 했어요. 그녀는 맛을 보더니 자신이 맛본 칵테일 중 최고라며 칭찬을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사실은 진으로 만든 칵테일이라고 하자 어이가 없는지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 이후 그 손님은 계속 진 칵테일을 주문합니다.” 독특한 재료를 섞어 음료를 만드는 데 능숙한 타이페이의 Kae도 손님이 특별히 원하지 않는 재료를 몰래 넣어 놀라게 만들기를 즐긴다. “저는 손님에게 정말 싫어하거나 이해가 안되는 재료가 뭔지 물어봅니다. 가끔 그 재료를 칵테일에 넣어 실험해보죠. 놀랍게도 대부분 손님은 그 음료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07 바텐더는 바디랭귀지를 잘 읽는 편이다
당신이 감지하든 그렇지 않든 바텐더는 한 사람을 위해 만든 칵테일 첫 모금을 마실 때 그 모습을 관찰한다. “손님의 눈을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Direkrittikul는 회상하며 말했다. “정말 그 음료를 좋아하면 눈은 빛나고 얼굴엔 작은 웃음이 피어오르죠. 만족하지 않는데도 예의상 짓는 웃음이라는 것도 바로 알 수 있어요. 칵테일을 마시지 않는 것 같으면 마시는 패턴도 살핍니다.”
메뉴 없이 운영하는 바, Ounce에서 일하는 Soong은 손님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이 타이페이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다. “타이완 사람들은 음료를 천천히 오래 마시는 편입니다. 그래서 마시는 속도로 파악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의 팀은 손님의 반응을 보는 대신 다른 신호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손님이 음료를 좋아하게 되면 다른 것들도 즐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즉 분위기나 대화를 즐기는 것과 같이 기분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그러면 그 칵테일이 입에 잘 맞는다는 좋은 신호인 셈이죠.”
08 음료가 마음에 안 든다면 수정을 요구하자
“다 마시고 나서 환불을 요구할 게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칵테일을 받았다면 즉시 얘기하세요.” Hysted-Adams는 강조한다. 약간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바텐더에게 음료의 맛을 만회할 기회를 주거나 아예 다른 음료를 제공하도록 하는 편이 언제나 더 좋다. 마닐라의 Ligon은 침묵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은 매우 공손합니다. 그래서 설령 음료가 마음에 안 들어도 말을 안 하죠. 한두 번 입에 대고 마는 데도 항상 좋다고 말합니다. 바텐더가 제발 말해 달라고 해야 그때서야 알려주는 편입니다.” Hysted-Adams는 멜버른 사람들 역시 원치 않는 칵테일을 받았을 때 의견을 표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한다며, “손님이 음료를 돌려보낼 때 바보처럼 느끼지 않게 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Koh는 손님의 솔직한 피드백을 얻어내는 한 가지 방법은 질문을 많이 하는 거라고 말한다. “아시아 사회에서는 경험에 관해 물어보면 불만을 표출하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답을 끌어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질문합니다. 너무 달아요? 너무 신맛이 강한가요? 한 재료의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나요?” 피드백은 구체적으로 하는 게 좋다. 그래야 만드는 사람이 당신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음료를 내놓을 확율이 높다. “칵테일의 맛을 조정하기 위해 몇 번에 걸쳐 시도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칵테일을 고쳐 내놓았을 때 손님이 ‘와, 바로 제가 정확히 원했던 맛이에요’라고 할 때 더욱더 보람을 느끼죠”라고 Boroski는 말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수정될 수 있는 음료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수도에 위치한 Pahit and Coley의 오너 Chee Kheong “CK” Kho는 “손님들이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보다 바텐더에게 부담 없이 바로 알려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저는 음료의 맛을 조정하는 시도를 해 본 다음, 그래도 손님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새로 만들어 줄 거예요.”
09 이미 만든 음료를 두고 상처받지 말자
물론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음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Westbrook은 “잘못 만들어진 것’이나 ‘즐길 수 없는’ 것과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의 상태라면 바텐더의 잘못이겠지만 후자라면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경우죠.”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흥분하지 말자.
바텐더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죠!” Ligon은 웃으며 말한다. “농담이에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선호가 있잖아요. 저는 고객의 요구와 희망 사항을 채워주는 환대 산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불만 표시에 익숙합니다” 메뉴 없는 Bar Stories를 7년째 운영하며 멘토의 역할을 하는 Koh는 바텐더들에게 거부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교육한다. “나쁜 피드백도 괜찮습니다.” Koh는 말한다. “애초에 고객의 주문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가끔 있죠. 저는 언제나 바텐더들에게 고객의 불만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손님이 싫다고 돌려보낸 칵테일을 버려야 한다면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그 고객이 다시 찾아와서 매출을 올려주는 편이 훨씬 더 좋으니까요.”
손님과 바텐더 사이에 시너지가 생길 때 최고의 칵테일이 탄생한다. Boroski는 그런 경우라면 바텐더에게 팁을 주라고 조언한다. “팁은 좋은 칵테일을 만든 바텐더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 방법입니다. 바덴더의 창의성과 재능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고요.”